방학을 맞아서 놀러 온 조카와 올케를 데리고 바깥 나들이를 갔다.
마침 남편도 휴가라 기꺼이 같이 가기로 했다.
집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올케를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언니, 일단 가 보고 말해. 가서 하기 싫으면 그냥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어."
내가 제안한 나들이는 1차, 화명 생태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땀을 흠뻑 흘린
상태에서 2차로 화명 애기소에 풍덩하는 것이었다.
자전거도, 애기소도 내키지 않는 올케를 꼬셔서(?) 나오는 데 성공!
요 며칠,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자전거는 얌전히 늘어서 있다.
이 더위에 어느 용감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랴.
하지만 우리는 탔다. 자전거를 고르고,왼쪽길로 달려서 구포 다리를 돌아오기로 했다.
대학생 조카와 내가 선두로 출발을 했다.
가도 가도 따라오지 않는 후미가 걱정되어 되돌아 가 보니,
아뿔사! 언니는 출발도 못하고 운동장 가를 돌고 있고, 남편은 자전거 안장이 너무
끼인다며 엉덩이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언니에겐 거기서 슬슬 타라고 지시하고, 남편에겐 내 자전거와 바꾸어주는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날씨는 뜨거워도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그 기분이란!
조카와 나는 쌩쌩 달렸다. 둘 다 지쳤다 싶을 즈음에 목이 말라서 더 이상은
달릴 수가 없었다. 뒤 늦게 따라온 남편을 배려해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아, 나의 사랑스런 올케는 아직도 운동장 가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큰 소리로 외치며 손을 크게 저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정자에 앉아 싸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와우, 언제 이렇게 준비했어?"
다들 깜짝 놀란다. 김밥, 삶은 계란, 컵라면, 고구마 삶은 것, 냉커피, 오징어 구운 것, 얼음 물 등.
작은 아이스백에 빼곡히 싸 온 음식들에 감동을 하는 가족들이다.
배불리 먹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2차로 출발.
애기소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학생들과 가족단위로 놀러온 인파들 사이로 자리를 잡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속으로 풍덩!
물은 그리 깨끗하지 않았지만 그 시원함이란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 아는 것이다.
다이빙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올케.
자전거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가 있을까 싶다.
한참을 놀다가 물에서 그대로 건져서 주차장까지 걸어왔다.
옷은 거의 말랐고, 비닐 돗자리를 차의 시트에 깔고 앉으니 차도 멀쩡하다.
집에 오는 내내 웃음을 그치지 않는 가족들을 보며 내가 기획한 나들이는
성공이었다는 생각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올케가 큰 소리로 한 마디 했다.
"아가씨, 다음에도 나 꼭 데리고 가. 어디든 따라갈게."
박귀숙 010-6313-0517
신청곡은 안치환의 '사랑하게 되면'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