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서영주의 기분좋은 4시

사연과신청곡

답글 : 설날이 코 앞이내요. 그 예전의 설날이 좋았습니다.

2016.02.16
작성자기분좋은 4시
조회1604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행복한 박용기씨~^^

지난 것은 늘 아름다와 보이지요...

지금도 미래를 위해서 예쁘게 지내 보아요~

사연 감사합니다^^







---------------------------------------------------------

초면에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혹시 사연글이 채택되면 경품도 주시나요?

설날이 코 앞이내요. 그 예전의 설날이 좋았습니다. 그 땐 친척어르신들이 다 살아계셔서

공주봉황동에서 다 모였었습니다.

지금은 봉황동 할아버지,할머니가 다 돌아가셔서 제사도 다 갈렸습니다.

친척들도 경조사때나 모입니다. 몇년만에 보니 오히려 더 낯설더라고요.

그래서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고 하는가 봅니다. 봉황동 할머니는 저를 그렇게 귀여워해주셨습니다. 우리 봉황동 할머니 고생 참 많이하셨습니다.

공주시장에서 고등어장사를 하셨는데 참 억척스러우셨습니다.

공주시장에 친할머니와 손잡고 구경가면 저를 반가워하시며 껴안으셨죠.

그런데 그 땐 저도 철없던 중학생이라 봉황동 할머니에게서 생선비린내난다고 말을 막 해버렸는데

봉황동 할머니는 '아니 그럼,생선장수에서 생선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거지. 꽃향기가 나겠냐?'

하고 말을 그렇게 하시고 겉으로는 아무 내색 안하셔는데 속으로는 저한테 적잖게 서운해하셨을

거예요.

그런 제가 뭐가 이쁘다고 봉황동 할머니는 본인의 앞치마에서 꼬깃꼬깃 접어진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셔서 저한테 주시는 거였어요.

저는 안 받는다고 했는데 '어른이 주면 '예' 하고 냉큼 받는거야.'

그 때 봉황동 할머니가 내미신 용돈 만원을 받기 싫었던 게 아니라 만원짜리 지폐에 생선냄새가

뱃을까봐 그래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거였어요. 봉황동 할머니도 아마 제 마음을 읽으셨을거예요.

그래도 기어이 제 호주머니속에 만원짜리 지폐를 넣어주시고 엄마 갖다드리라고 등푸른 고등어도

비닐봉지에 싸주셨습니다. 그것도 다섯마리씩이나요.



설날 때 친척들이 모이면 봉황동 할머니는 저한테 먹일 고기산적을 다락방 천장에 몰래

숨겨두셨다가 저를 손짓으로 불러내셨어요.

저만 먹으라고 고기산적을 내미셨고 제가 고기산적을 우걱우적 먹으면 체한다고 식혜를 제 입에

손수 먹여주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니신 봉황동 할머니!

설날이 되니 봉황동 할머니가 많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어요. 봉황동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시겠죠? 오늘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빛났는데,봉황동 할머니가

햇살로 환생하셔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신 거라고 믿을래요.

서영주DJ님! 행복한 설날되세요.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저한텐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지금 레몬차를 마시면서 사연글을 써봤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